판결문 쓰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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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학, 통계, 머신러닝에 빠져버린 나머지 법과목은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 ㅡ.ㅡ 법과목은 철저히 예전에 했던 내용을 리뷰하는 포스팅이라도 하려고 생각중이다. 그 일환으로 작년의 형법각론 과제 중 판결문을 작성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나름 인상깊어서 포스팅하려고 한다.

과제는 2013년도 제55회 사법시험 제2차 형법의 1번 문제를 풀어보고, 사실관계(1)의 피고인 甲의 죄책에 대하여 판결문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학부도 제대로 못 끝낸 학생들이 어떻게 사법시험 문제를 풀 수 있겠는가...! 사실상 사법시험 문제는 법률저널을 참고해서 읽어보라는 취지에서 내셨다. 과제의 점수를 결정하는 요소는 판결문을 작성하는 것이다. 문제들은 아래와 같다.

사례 (1) 은 화재보험에 가입된 자신의 집에 불을 놓아 화재보험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고, 평소 자신을 형님으로 모시면서 따르는 , 과 공모하여 가족과 세입자가 집을 비운 사이 불을 지르고 보험금이 나오면 나누어 가지기로 하였다. 어느 날 오후 은 승용차를 타고 의 집으로 간 다음,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승용차의 운전석에 앉아 망을 보고 은 집 안으로 들어가 휘발유를 뿌린 후 불을 질렀다. 그런데 마침 의 집에 세 들어 살고 있던 AB가 출근을 하지 아니하고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B는 연기에 질식하여 사망하였고 A는 간신히 집을 빠져나왔다.

사례(2) 잠시 후 이 옷에서 휘발유 냄새를 풍기면서 집 밖으로 뛰어나오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A을 따라갔고, A가 자신을 따라오는 것을 눈치 챈 은 급히 의 승용차로 달려가 조수석에 올라탔다. 이 승용차를 운전하여 골목길을 빠져나오자 에게 “A가 나를 목격하고 따라왔어.”라고 말하였고, 이 말을 들은 은 후환을 없애야 한다며 에게 A를 살해하라고 시키고 을 승용차에서 내려준 후 떠났다. A를 살해하기 위해 의 집으로 가던 중 마침 A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C를 발견ㅇ하고는 CA로 오인하여 칼로 찔렀고, C는 영문도 모른 채 자상(刺傷)을 입고 의 추격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주하다가 지나가던 차량에 치어 사망하였다.

사례(3) 은 승용차를 운전하여 자신의 집으로 간 다음 처 에게 자초지종을 말한 후 도피할 장소를 물색하고 도피자금을 마련해 오라고 시켰고, 은 장롱에 보관하고 있던 현금 500만 원을 주면서 자신의 친척이 운영하고 있는 펜션의 소재지를 알려 주어 로 하여금 그곳에 숨어 있도록 하였다.

1. 사실관계 (1)에서 , , 의 죄책을 논하시오.

2. 사실관계 (2)에서 의 죄책을 논하시오.

3. 사실관계 (3)에서 의 죄책을 논하시오.

4. 위 사실관계 (1)에서 피고인 의 죄책에 대하여 판결문을 작성하시오.

1~3번 문제는 법률저널의 모범답안을 참고해서 작성했고, 4번 문제는 1번문제를 토대로 논리를 전개해나갔다. 그런데 열심히 판례를 참고하면서 작성하던 중, 판결을 사실심으로 해야 할 지 법률심으로 해야 할 지 의문이 생겼다. 교수님께 여쭤보려다가 '형량n년을 선고한다'를 써보고 싶어서 사실심으로 작성했다. 

참고) 사실심은 1~2심으로 증거나 증언을 바탕으로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을 하고, 법률심은 3심(즉 대법원)으로 1~2심에서 적용된 법이 해당 사건에 옳게 적용된 것인지 검토하는 역할이다. 그래서 대법원에서는 '파기환송'이라 하여 원심으로 환송하여 다른 법리로 판단하도록 한다. 이로인해 형량이 달라지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렇다. 문제에서는 이런 상황을 알 수 없어서 1심의 주문처럼 '피고인을 징역n년에 처한다'로 작성했다.

살인양형기준은 검색을 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기준을 참고하면서 다양한 판례들을 참고하면 판결문을 작성할 수 있다. 판결문 작성하는 방법같은 메뉴얼이 없기에 판례를 절대적으로 많이 보면서 작성하자.


문제4 판결문 작성하기


판시사항

[1] 실행행위로 나아가지 않았으나 범행을 계획하고 타인을 끌어들여 공모한 점에서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의 공동정범으로 본 사례

[2] 사기죄가 실행의 착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자신은 실행행위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짜는 등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의 결과를 실현하는 데 본질적인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기 때문에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의 공동공모정범의 죄책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본 사례

[2] 화재보험에 가입된 자신의 집에 불을 놓아 화재보험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었지만, 구체적으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한 등의 사실이 없으므로 사기죄의 실행의 착수가 없어 사기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0, 형법 제164

[2] 형법 제347


참조판례

[1] 대법원 1983. 3. 8. 823248, 대법원 1988. 4. 12. 872368, 대법원 1978. 1. 17. 772193

[2] 대법원 1999. 3. 12. 983443


전문

피 고 인

변 호 인

홍길동


주 문

피고인을 징역 10년에 처한다.


이 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20xxxxxx일 평소 자신을 형님으로 모시면서 따르는 , 과 공모하여 화재보험에 가입된 피고인의 집에 불을 놓아 화재보험금을 편취하여 나눠 가지기로 하였다. 피고인은 가족과 세입자가 집을 비웠다고 생각되는 때에 , 에게 지시하여 피고인의 집에 불을 놓도록 지시하였다.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승용차의 운전석에 앉아 망을 보고 은 집 안으로 들어가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그런데 피고인의 집에 세를 들어 살고 있던 피해자는 평소와 다르게 출근을 하지 않고 낮잠을 자고 있어 그 연기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질식하여 사망하게 하였다.


증거의 요지】            *문제에 주어져있지 않아 판례들을 보고 필자가 임의대로 있을만한 증거들을 지어냈다.

1. 수사보고(CCTV 확인 등)

1. 내사보고(변사자부검)

1. 휘발유 구매 내역

1. 현장 사진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0

형법 제164조 제2(유기징역형 선택)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

피고인이 , 과 공모했다는 사실은 있으나, 피고인은 단순히 공모만 했고 실제 불을 질러 주택을 소훼하는 실행행위에 참여하지 않았고 , 화재 보험금의 청구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도 해당하지 않고, 사기죄도 해당하지 않는다.

2.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의 해당 여부

형법 제30조에서의 공동정범에서, 판례는 일체가 되어 서로가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였다거나, 공동의사주체로서 하나의 범죄행위의 실행이 있음을 근거로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한 바 있다. 최근에는 공동정범의 객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사실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실행행위를 분담하는 경우에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으로 각자 전체계획의 범위 안에서 공동하여 결과를 실현하는 데 불가결한 요건이 되는 기능을 분담하여 본질적인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는 경우 공모공동정범의 죄책을 인정하는 판례도 있다. 피고인은 실행행위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짜는 등 형법 제164조 제2항의 결과를 실현하는 데 본질적인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기 때문에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의 공동공모정범의 죄책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에 대한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사기죄의 해당 여부

형법 제3471항은 사기의 고의로 기망행위를 개시한 때 사기죄의 실행의 착수가 있는 것으로 본다. 단순히 기망을 위한 수단을 준비하는 정도로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지 않는다. 화재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하여 피보험물인 피고인의 집에 방화한 것만으로는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지 않고 사기의 예비단계에 불과하다. 형법에서 사기예비죄는 처벌하지 않으므로 피고인에게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므로, 사기죄에 대한 위 주장은 받아들인다.


양형의 이유

1. 양형기준의 적용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 보통동기살인

[권고영역의 결정]

감경영역

[권고 형량범위]

7~ 12

[이유]

금전목적 살인의 경우 비난동기살인이겠지만, 본 건에서 살인의 목적 자체가 금전이 목적이 된 것은 아니므로 보통동기살인으로 결정한다. 세입자의 현존에 대한 고의가 부정되어 살인의 고의가 부정되더라도 그러한 가능성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어 감경요소에 해당한다.


2. 선고형의 결정

[불리한 정상]

피고인은 실행행위를 직접 분담하지는 않았지만 범행을 공모하였을 뿐만 아니라 결과를 실현하는 데 불가결한 요건이 되는 기능을 분담하여 본질적인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하여 적극적인 범행 가담으로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의 공동정범이 되었다. 이를 통하여 무고한 피해자의 소중하고 존엄한 생명을 앗아갔으며, 임대인과 세입자 간의 신의성실의 원칙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치면서 현주건조물방화치사의 예견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공모하였다.

주도적인 범행 계획으로 타인을 끌어들여 꾸준히 많이 발생하는 보험사기로 중대한 살인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본 건에서 보험사기는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않았지만 사회에서 보험사기를 퇴출시키고 정상적인 사회질서를 수립하기 위한 형사정책성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

[유리한 정상]

피고인은 가족과 세입자가 집을 비운 사이를 기다려 불을 지르고 보험금을 편취함을 공모했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현존에 대한 고의가 부정된다.

본 범죄에 대해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는 있었지만, 직접 불을 놓아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지는 않았다.

  


위와 같이 판결문을 작성하면서, 많은 점을 느낄 수 있었다. 흔히들 중대한 사건이 나면 판사들을 욕하고 기자들은 국민의 법감정과 맞지않는 판결이라며 수많은 글을 쏟아낸다. 나는 판사님들을 먼저 욕하기 전에 법 그 자체를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판사님들이 법리를 올바르게 적용해서 선고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정해진 형량이 너무 낮다. 국회의원들이 형법을 개정하여 강력범죄에 대한 형량 하한선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범죄자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한다고 하여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거나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추가조치도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수님이 제출한 학생들마다 판결문 부분을 읽어보시고 코멘트를 달아주셨는데, best라고 평해주셔서 어렵고 힘든 과제였지만 뿌듯했다.